옛날 사람
손가락 2009/01/04 00:25그런데 요즘에 내가 공부하는 꼴을 보면 자꾸 무엇인가 공부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행동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군대라는 곳에서 나태해짐과 싸우기위한 방법이라면 방법이라고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사실 그런 것이 없이도 여태껏 - 적어도 입대 전에는 - 공부를 해왔고 그 자체로 만족하면서 살았는데 그런 것들을 자꾸 이름붙이고 의식적으로 의미부여를 하려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가 추잡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스스로가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을 할 수 없는 타율적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비참함이 든다. 여간 이런 생각들을 나는 요즘 '자기 기만'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그런 자기 기만의 부속물이 바로 이런 경제학에 대한 방향성의 탐색이다. '무언가 지향하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목적론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데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즐기지 못하는 공부의 다른 이름이고 언젠가는 지겨워질 수 밖에 없는 일들의 전조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나 자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군 생활을 끝내고 다시 돌아가면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이후에 학부 졸업과 대학원 진학, 대학원 진학 이후 필요에 의한 공부와 학위를 위한 공부, 그리고 설사 학교에서 직업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누군가의 타의에 의해 하게 될 헹위가 과연 지금 내게 다가오고 있는 것들과는 다른 궤도에 있는 것이라고 나는 확신 할 수 있을까?
지금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는 나태함을 반성하고 스스로를 채찍질 해야 하지만 군대라는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소위 말하는 '말년 병장'이 된 지금도 떨쳐지지가 않는다. 나 자신의 손으로 가시면류관을 들어 내 머리에 얹을 용기가 지금 당장은 생기지 않는다.
망할. 다 집어치우고 밴드나 해야하나. (아. 나는 정말 메마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