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왕의 비극

손가락 2009/04/22 00: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들 요즘 바쁘다. 직장다니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뭐든지 시원치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쁘고 취업철의 중생들은 '스펙'만들기에 급급하다. 며칠전에 텔레비전에서 <시사매거진 2580>(이하 <2580>)을 보았는데 거기서 20대 보험왕이라고 85년생 되시는 분을 인터뷰했다. 이야기를 들어 본 즉슨 요점은

'불황이라고 지가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하지말고 뭐라도 해라'

였다.  들어보면 요즘 다들 쉽고 편하고 돈많이 버는 원하는 직장 얻으려고 하는데 인터뷰의 주인공은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요점을 맞추다보니 인턴을 하면서 취업을 하게되었고 일을 즐기다보니 보험왕까지 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왜 우리가 이런 말을 텔레비전에서 들어야 하는 상황에 왔을까? '100만 백수 취업난'같은 소리를 텔레비전에서 듣게되고 아무거나 잡히는대로 해봐라 라는 식의 취업강요를 텔레비전에서 들어야 하는 상황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학생들에게 취업을 강요하고 교육을 취업의 도구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인식에서 온 것이다. 이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퍼진 문제인지 혹은 언론과 기업에 의해 호도된 문제인지는 여기서 밝히고 넘어가지 않겠다. 문제는 당신들이 말하는 '실용적 교육'이 작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교육이란 기본적으로 사회화의 수단이고 직업이라는 것이 삶의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임을 들어 그러한 교육의 목적이 직업을 갖는데 합당한 인간을 만드는 것과 전인적인 교양인을 만드는 것과의 차이를 두는 것이 아님은 원론적으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이 주가 되고 무엇이 부가 되는 것인지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중이요, 누룽지 긁어먹으려고 멀쩡한 밥을 태워먹는 경우인 것이다. 대학교육이라는 것이 전문적 지식 교육을 통해 자아를 성숙시켜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게 하려는 목적을 가졌건만 그러한 본래의 목적은 집어던지고 '직업=직장'이라는 생각의 교육을 시키고 있었으니 이제 '직장'이 모자르니 '직업'이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었다. 즉, 사회가 대학교육에 수동성을 주입시키고 남이 원하는 것만을 하도록 강요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는 대학에 기부금과 찬조금을 빌미로 본인들이 원하는 조건을 학생들에게 장착시키도록 강요한다. '토익 000점, 한자 0급, 2중 전공 필수'등 모 대학 졸업요건을 보면 작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가관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정도이다.  

 그런 교육을 몇 천 만원이라는 고액에 강매하고는 그와 같은 수동성에 물든 이들에게 자율성을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자율성에 기반한 전문성이 아니라 수동성에 기반한 기계성을 교육하면서 이들에게 '아무데나 가서 시키는 대로 일하면 좋은날이 온다'고 하는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던 말이다.
2009/04/22 00:56 2009/04/22 00:56
tags :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wizmith.com/base/trackback/334

Writ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 : [1]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 [26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