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
손가락 2007/03/29 01:02
오늘 간만에 학사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나왔다. 바로 입대휴학 신청을 하기 위해서. 입대라고 하니 새삼스럽지만 정말 들어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착잡함이 밀려온다. 학교를 다시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학에 들어왔는데 어느새 또 긴 작별의 시간을 가져야한다니, 회자정리라고는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묘한 안타까움이 남는다.
그동안 내가 학교에서 해 놓은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제대로 된 논문 하나 쓴 일이 없고, 제대로 된 공부 한번 한적이 없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부서지도록 음악을 한 것도 아니고, 연애를 신나게 해본 적도 없다. 그냥 그렇게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흘러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공부를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기는 하다. 정말 며칠 후면 입대인데도 금요일 날 현대 대수 시험 걱정을 하고 실해석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니. 그런데 더 우울한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이다.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 태생적인 한계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절로 한숨이 난다. 그렇다고 아마티아 센 같이 철학이 확고하고 깊은 것도 못된다. 그저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면서 헐떡거리면서 따라간다는 느낌이랄까. 뭐, 중학교 이후로 쭉 그런 느낌으로 살아온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젠 정말 가야할 시간. 두 달은 이 블로그도 개점 휴업 상태일테지만 그저 여기까지 봐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릴 따름이다. 그다지 즐겁진 않겠지만 시간 나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생각하면서 소일할 마음으로 가야겠다.
그럼,
Adios amig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