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man returns?

손가락 2006/07/24 02:21


http://www.heraldbiz.com/SITE/data/img_dir/2006/06/21/200606210027.jpg
간만에 고등학교 룸메녀석과 영화를 보았다. 내가 고르기가 귀찮아 맘대로 고르라고 해서 고른 영화가 <수퍼맨 리턴즈>였다. 박민규씨의 <지구영웅전설>이라는 소설에서도 한번 언급된 것처럼 수퍼맨의 이야기는 둠스데이 머신을 파괴하는 걸로 끝난다. (아마 <수퍼맨3>에서도 그렇게 끝난걸로 아는데 만화책이고 영화고 본지 10년이 넘어가다보니 헷갈린다) 말 그대로 '리턴'인 만큼 지난번의 줄거리를 다들 알고있다는 가정하에 시작한다. (초반설정을 이해못한 사람들의 물음이 여기저기서 들렸다는 -_-; 역시 문화의 갭인가) 전체적인 이야기는 뻔하게도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만'의 뒤죽박죽 컬렉션이고 (궁금하면 직접 보시길) 여기저기서 10여년 전에는 못느꼈던 여러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이젠 노골적으로 성경을 영화에다 갖다 끼워맞추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대사가 일단 가관이다. 클립튼 행성의 과학자인 아버지가 수퍼맨한테 보낸 메시지는 거의 신약의 한 페이지에서 나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듯. 노골적인 성선설과 전승이론, 특히 (독신자 예수 = 지구로 내려온 인간의 몸을 한 신의 아들) = (인간 사회에서 섞여사는 지구밖에서 온 초인 = 유일하게 남은 클립튼 행성의 후계자) 의 대비는 뻔히 보이는 설정이고, 막판에 악당이 수퍼맨을 클립토나이트로 찌르는 장면은 롱기누스의 창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악당(루터)은 어찌나 과거에 나온 영화의 '바라바'를 연상시키게 생기셨는지. 수퍼맨의 증거입증이 없어 5년만 형집행을 하고 나왔다는데 이건 예수가 바라바를 대신해 형집행을 당한다는 설정. 게다가 막판에는 클립토나이트에 찔려 물속에서 꼬륵대는 와중의 아버지의 근엄한 목소리가 위대한 인간을 바른 길로 이끄는 빛이 되라고 하니 여기저기서 아멘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결국 이 와중에서 상당히 '고전적'인 러브스토리도 차용하셨는데 오비디우스의 변신에서 나오는 쿠피도와 프시케의 러브스토리. 낮에는 남편을 볼 수 없고, 밤에만 잠자리에 모습을 나타내는 쿠피도의 대비가 역시 두드러진다. 그나마 지난편에서는 낮에도 좀 자주 만났던 것 같은데, 이젠 아예 수퍼맨=밤의 연인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편에서 별다른 애정행각의 진행이 없었던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수퍼맨의 피를 이어받은 것으로 암시되는 아이가 나와서 그랜드피아노를 던져 사람을 뭉게대니 여주인공은 이제 수태고지를 받은 마리아의 지위까지 얻었다. 게다가 이러한 구도가 헷갈릴까 영화 종료 직전에는 친절하게, '아버지가 아들이 되고, 아들이 아버지가 된다'는 대사까지 곁들여주셨으니, 성삼위일체의 구도가 다소 명확하지 않아도 이해해달라는 식이다.
영화를 성경책으로 포장한 건 그렇다고 쳐도 정치적인 보수화를 여기에 곁들이는 건 당최 영화를 두시간 반짜리 공화당 선전 프레이즈로 만들기 위한 작정인지. 원래 태생이 공화당의 중심에서 오신 수퍼맨인지라 (옷 색깔봐라) 이렇다고 굳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여주인공의 담배가 결정적으로 사람을 거슬리게 하는데, 초반에 여주인공의 백 속에서 떨어진 소지품 중에 담배를 클로즈업하더니, 수퍼맨이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둥 금연광고를 하다가, 막판에는 여주인공이 알아서 수퍼맨께서 왕림하실 줄 알고 담배를 집어 넣는다.  그런데 중후한 중년의 악당이나 주인공들의 신문사 상관인 편집장은 볼때마다 뻑뻑 시가를 피워댄다. 굳이 말하자면 담배가 뭐! 이런건데,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않는 태도이다. 미국인들이 즐겨쓰는 '홈 스윗 홈'같은 전통적인 문장도 영화 곳곳에 흘러넘치는데 반해, 어찌된 일인지 미국인들이 좋아하던 개척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근거도 없는) 혈통주의를 강조하는 모양새가 보기에 좋지가 않다.
보고 나오면서 한마디. <괴물> 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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