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흠.내가 공부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곤 하는데, 특히 곱씹게 되는 것은 나의 성향에 대한 것이다.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거시를 정말로, 하나도 모른다. 심지어는 학부 1학년 생인 동생이 맨큐를 들이대면서 물어봐도 그냥 다 모른다고 실토(?)하고는 알아서 공부해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시를 조금은 볼 줄은 안다는 것인데 어째서 두 가지 분과를 공부하는데 이리 차이가 나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에는 빈둥(?)대면서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의 책을 차례로 읽어나가고 있는데 <Language Instinct>와 <How the mind works?>를 읽고, <The Blank Slate>를 잡은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줄곧 핑커가 주장하는 바는 소위 말하는 '인간 본성'이 공통적으로 (인종과 성별을 넘어서) 존재하고, 그러한 본성은 진화과정에서 유전적으로 배선된 뇌의 구조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송과선'의 존재 문제와 그 맥락을 같이하는 바이기도 하고.) 즉, 인간 종 전체가 진화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보유하게 된 성향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뭐, 이 문제야 워낙 다들 말도 많고 (스티븐 제이 굴드도 말년까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다가 사망했고 -_-;) 첨예한 문제이기에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기로 하고 이 문제가 최근의 공부에 대해 상당히 시사할 만한 점을 던져주고 있다.
말하자면 경제학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이다. 공통된 본성의 존재라는 '과학적 발견(?)'은 생각보다 많은 경제학적 가정들을 완화(relax)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지금와서 획기적이라고 굳이 말하기도 그렇지만) 발견이다. 소위말하는 (실험경제학이나 행동경제학에서의) '일반이론general theory'의 존재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 법칙의 문제야 사실 아담 스미스부터 케인즈를 거쳐 최근에는 제라르 드브루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학자들이 일반이론의 이름으로 많은 문제들을 정리했지만 (예를 들자면 수요법칙이라던가 재정정책에 따른 일반적 동향이라던가) 그 과학적 기반에서 많은 의심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럴때마다 경제학자들은 (항상 놀림의 대상이 되는) '가정'이라는 멘트로 그 의심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그러한 탈출구의 모색 자체가 사실은 상당히 켕기는 면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한 원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본성'의 존재는 경제학자들에게는 '전가의 보도의 업그레이드' 라는 힘을 줄 것이다. 즉, 한동한 잠잠해있던 일반이론의 붐(?)을 다시금 조장할 수도 있고 이는 곧 미시이론을 기반으로 한 거시이론의 향방에도 큰 바람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서서히 미풍이 불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큰 바람을 몰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시적인 문제들의 가정을 증명하는 정도에서 시작하고 있으나 (Colin Camere가 perspect한 바처럼) 미시문제들의 가정이 어느정도 실제적인 것으로(i.e., 실제로 일치한다는 것으로) 증명된다면 거시문제의 일반성문제를 해결하는 (굳이 비교하자면 천체물리학의 Grand theory에 해당하는) 거대이론의 탄생도 기대해 봄직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거시하고 계량을 정말 못하긴 하지만 이제라도 (아직 학부생이니) 긴급히 방향전환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미시로 남는다면 그나마 할 수 있는건 evolutionary 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