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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와 디즈니

손가락 2006/11/24 02:13
오늘 잠실에서 하는 '라이온킹' 공연을 보고왔다. 역시 본인 돈으로 간 것이 아니기에 흔쾌히(?) 공연을 보러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디즈니식 에니메이션에는 상당히 어긋나는 삶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에 다소간의 우려는 있었으나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려고 하였으나.

마음이 편했던 것은 초반 3분, 스와힐리 어인듯한 주문을 외우는 개코원숭이의 목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신기한 동물 복장의 배우들의 아크로바틱한 기교와 엄청난 시설비용을 치렀을 것으로 예상되는 무대장치에 신기해하고 있던 시간 뿐이었다. 공연 3분이 지난 후, 초원의 '왕'과 그의 '백성'들의 등장하면서 공연 전에 가졌던 불안감이 다시 수면 위로 표출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디즈니는 나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에게 식상한 디즈니 비판은 각설하고, 공연 내내 새삼스럽게 느낀 것은 '괴벨스'라는 인물과 '디즈니'라는 인물이 계속 겹쳐진다는 것이었다. 굳이 괴벨스를 설명하자면 2차대전 당시 나치스의 선전부장으로 선동정치의 달인이라 불리우던 자. 디즈니의 설득방식은 상당부분 괴벨스의 대중 선동과 유사한 면을 지니고 있는데 굳이 다른 점이 한 가지가 있다면 디즈니는 작화를 쓰고 괴벨스는 실사를 썼다는 점 정도랄까.

디즈니의 드라마들에는 공통적으로 영웅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그러한 영웅들이 시련과 고통을 견디고 정복자의 위치에 우뚝 선다. 그리고 공통적인 것이라면 비범한 천재성을 선대로부터 타고나지만, 그를 시기하는 2인자에 의해 시련에 내쫓기게 된다는 것. 그러므로 핵심주제라면 당연한 놈이 당연히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라는 식이다. 괴벨스가 히틀러를 대중앞에서 영웅으로 만드는 방식도 상당히 비슷한데, 히틀러의 반대각으로서 '혈통적 문제인자'인 유대인의 이미지를 (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 식으로) 형상화하는 기법을 통해 한 쪽을 극단적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고, 그에 대립하는 이를 극단적인 영웅의 형태로 떠받든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2인자를 극단적인 '악'으로 형상화 하는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굳이 말하자면 알라딘의 자파나 라이온킹의 스카, 인어공주의 마녀, 미녀와 야수의 가스통 등) 결론적으로는 이를 통해 대중에게 어떤 혁명이나 변화의 주체로서 살 것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운명적인 한 사람을 기다리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괴벨스의 경우에는 현존하는 영웅으로서 히틀러는 내세우며, 그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것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선전이 흘러갔다. 그렇다면 디즈니는 무엇을 영웅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드라마의 목적이 완전히 형상화된 구체적 인물을 복종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체제'를 복종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 체제, 세습 체제, 혹은 정치적인 (혹은 다른 형태로라도) 힘을 가진 이에게 복종하는 삶을 사는 것 등, 현존하는 사회 체제 내에서의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역시나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인 면에서는 드림웍스의 드라마가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왕자와 공주만 멋있고 행복하게 천년만년 살지는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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